우리 동네에는 늘 올라오던 모집공고가 있었다. 바로 빵공장이다. 빵을 제조하고 포장하는 일이었는데 일당으로 받을 수 있고 일당이 무려 10만원이다. 끌리지 않는가? 일당으로 10만원을 받을수 있다는게. 물론 주간은 아니고 야간8시부터 아침7시까지 였지만. 거지같은 택배상하차를 하느니 이걸 하는게 당연하지 않은가?? 바로 지원해서 다음날 저녁에 통근버스를 타고 출근하였다. 버스안에는 다들 어리둥절 한 것이 오늘 처음 출근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은 듯 하다. 한 녀석은 부모님께 전화가 온 모양이다. "엄마 저 취직해서 오늘부터 여기 출근해요~" 라는 말을 하며 얼굴을 몹시 밝아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아무 것도 모른채 그 곳으로 향했고, 몇시간 뒤 이 곳은 무언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일단 실내용 슬리퍼로 갈아신어야 한다. 따로 지급해주는게 아니라 알아서 신발장에 있는 남의 슬리퍼를 갈아신어야 하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늦으면 사이즈도 안맞는 괴상한 슬리퍼를 신고 들어간다. 들어가서 의자에 앉아있으면 관리자가 와서 인원체크를 하고 작업복을 지급한다. 이 망할 작업복이라는게 아무래도 식품이라서 온몸을 꽁꽁 싸맨다. 티비에 보면 반도체 공장 사람들 흰색으로 된 우주복 같은거 생각나는가? 맞다 다만 색상이 딱 영화 미니언과 같아서 미니언이 된 듯한 기분이 들면서 굉장히 답답하다. 거기에 마스크를 쓰게되면서 안경 낀 사람은 최악의 사태를 맞이한다. 입김이 안경에 들어가면서 앞이 잘 안보인다. 그리고 나는 알 수 없는 샌드위치 제작실에 끌려 들어가게 된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이 곳이 지옥 파트중에 하나였다... 다들 말 없이 무언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나는 어리둥절하게 라인에 서서 치즈를 맡으라고 한다. 이런 제기랄... 레일위에 엄청난 샌드위치 빵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고 난 치즈를 들어서 빵위에 올려야하는데 이 빌어먹을 치즈가 겹겹히 붙어있어서 잘 떼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빵들은 이걸 무시한채 레일위를 지나가는데 그 속도를 맞추느라 등에 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한다. 입김 때문에 앞도 잘 보이지 않고 입김이 안경에 모여서 물이 되서 뚝뚝 떨어지기 시작한다. 서서 허리를 굽힌채 정말 하염없이 빵위에 무언가를 올렸고, 몇시간이 지났는지도 잘 모르겠다. 쉬는시간을 주지 않더라... 딱 한마디로 정의 해준다. 교실 뒤에서 벌받으면 시간이 죽도록 안가면서 대체 언제까지 이 벌을 계속 받아야 하나? 딱 그런 기분이 든다. 그러다가 밥 시간이 찾아오고 밥을 먹으러 가는데 아 정말 허리가 죽도록 아프다. 그런데 이게 또 뭔소리인가? 작업복을 입은채로 밥을 먹으란다. 정말 미치도록 갑갑해 죽겠는데 이 와중에 밥은 또 정말 맛있는걸 보니 나도 사람은 사람인 것 같다. 그리고 재빠르게 담배를 태우고 다시 작업장으로 끌려들어가 나는 또 다시 미친듯이 벌받는 느낌을 받으며 속으로 살려줘라고 천번 만번을 외친 것 같다...
퇴근시간에 버스를 타고가는데 정말 아무런 생각따위 들지 않고, 빨리 집으로 가고 싶었다 뒷 자석에 앉은 사람 두명이 있었는데 그들도 오늘이 첫 출근인지 서로 이야기를 하는데 문득 들리는 소리가 "아 정말... 세상에 돈이 제일 중요한 것 같지는 않아..." 이해한다. 나도 오늘 정말 죽는줄 알았으니까. 10만원을 벌어 뿌듯하다. 하지만 돈이 급해서 앞으로 몇일을 더 여기서 썩어야 한다는 것이 정말 미치도록 슬펐다. 알아두자 페이가 쎈 알바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난 빌어먹을 내 운명을 욕하면서 잠에 들었다. 앞으로 나에게 빵을 주는 녀석에겐 답례로 죽빵을 선사하자고 다짐을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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